오늘은 같이 일하는 사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집 아기를 잠깐 봐주게 되었습니다. 돌을 막 지난 아기인지라 걸어 다니고 싶어하는데 혼자 걷질 못해 누가 양손을 위로 붙잡아줘야 하기에 제가 같이 걸어 다녀줬죠.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하는 시기라 계속 "어버어버"하는데, 저도 아기랑 같이 놀다 보니 어느새 "어버어버어버"하고 말하게 되더군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고, 그렇게 따라 한다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라 억누르기가 어렵습니다.

이 처럼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따라 하는 경향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발견됩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이 머리를 긁적이면 자신도 머리를 긁적이고, 상대방이 팔짱을 끼면 자신도 팔짱을 끼게 되죠. 자신과 억양(accent)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그 사람의 억양을 흉내 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 오래 살다 보면 그 지역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됩니다. 이러한 행동은 인간뿐 아니라 원숭이에서도 발견되는데, 어린 원숭이 앞에서 특이한 표정을 지으면 원숭이도 그러한 표정을 따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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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ikipedia

이처럼 상대방을 흉내 내는 경향은 두뇌의 거울 뉴런(mirror neuron) 때문에 생깁니다. 거울 뉴런은 원숭이의 뇌를 조사하다가 발견되었습니다. 원숭이가  땅콩을 집을 때 특정한 뉴런이 반응하는데, 이 뉴런은 다른 원숭이가 땅콩을 집을 때도 반응을 한다는 사실일 밝혀졌습니다. 이는 자신의 행동과 남의 행동에 같은 반응을 보이는 뉴런이 존재한다는 뜻이죠.

거울 뉴런의 발견은 두뇌의 작동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한다면 나는 나고, 남은 남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늘 남과 나를 동일시하며 살아갑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주먹에 맞는 장면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거나, 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려 죽어갈 때 눈물을 흘리는 행동이 좋은 예죠. 축구 경기를 보면서 태클을 당한 선수가 뒹구는 모습을 볼 때 내 몸에 충격이 온 듯 움찔하는 것도 그러한 경우입니다. 심지어 TV 광고에서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던 사람이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장면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같은 현상이죠. 이는 내가 남의 경험을 내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예인데, 지금까지는 마땅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 거울 뉴런이 발견되면서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거울 뉴런은 남의 행동을 나의 행동처럼 받아들이는데, 그 결과 나도 남의 행동을 흉내 내게 됩니다. "거울" 뉴런이라는 명칭은 그래서 생겼지요. 예를 들어, 남이 하품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시다. 그가 하품하는 것은 그가 피곤하거나, 따분하거나,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내가 그의 하품을 보면서 그의 처지에 처한 듯 느낀다면, 나도 피곤하거나, 따분하거나,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결국 나도 하품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한 사람이 하품을 하면 거울 뉴런의 작용으로 나도 하품을 하게 되죠. 이러한 거울 뉴런의 작용은 매우 강력해서 때로는 하품하는 장면을 보지 않고, "하품"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아니면 머릿속으로 누군가가 입을 쩍 벌리고 "아흐~"하고 하품하는 장면을 상상하기만 해도 하품이 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다가 하품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분도 많을 것입니다.

거울 뉴런의 작용으로 남의 처지를 나의 감정으로 느낄 때 우리는 공감(empathy)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공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情)의 근원입니다. 여기 한겨울에 난방비가 없어 냉방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정이 없는 사람이고, 그의 어려움을 나의 어려움으로 느껴서 그를 도우려는 사람은 정이 많은 사람이죠. 한국인이 정이 많다고 하는 말은, 다시 말해 한국인이 남의 어려움을 나의 어려움으로 느낀다는 말이고, 이는 거울 뉴런이 잘 발달했다는 뜻이죠.

한국인이 거울 뉴런이 발달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한국인이 패션의 유행에 민감하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에도 유행은 존재하죠.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의 유행은 주로 스타일의 유행인 데 비해, 한국의 유행은 상표, 심지어 특정 상표의 특정 모델의 유행이라는 점에서 훨씬 강도가 높습니다. 한국인이 남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데 만족하지 않고, 남과 똑같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기 쉽다는 사실은 그만큼 한국인의 거울 뉴런이 다른 민족보다 잘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습니다. 유행은 집단의 거울 뉴런이 집단에 대해 작동하는 현상이고, 거울 뉴런이 발달했다면 남과 거울처럼 똑같이 보일 때 마음이 놓이겠죠. 실제로 커플이 똑같은 옷을 입는 커플룩은 거울 뉴런이 발현된 좋은 예인데, 한국에 커플룩을 즐기는 커플이 많다는 사실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거울 뉴런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기에 아직도 이에 대한 연구가 끝나지 않았지만, 소비자의 행동분석에서 자녀교육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행동의 신비를 푸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리라고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참고- PBS에서 방영한 Mirror Neuron video(14분,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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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